′이는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 주님의 성전이다!′ 하는 거짓된 말을 믿지 마라.(예레 7,4)
성전에 대한 개념을 올바로 잡아야 합니다. 성전은 물리적인 장소 이상의 개념입니다. 성전은 거룩한 곳이고 기도하는 곳입니다. 그것이 성전의 올바른 정의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교회, 성당이라는 장소는 물리적인 공간입니다. 따라서 그 성당 안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성전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입니다. 무조건 축복을 받았다고 아무것도 아닌 장소가 성전으로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성당은 거기 모여드는 신앙인들을 위한 기도의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성당, 온갖 불의가 판을 치는 장소는 단순히 외적인 축복의 예식을 수행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성전이라고 불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우리가 통상적으로 머무르는 성전이라는 장소, 즉 교회와 성당은 그 사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외적인 것에만 치중하게 되면 자칫 그릇된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가령 성전이 더럽혀진다고 가난하고 지저분한 이를 성당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를 예상해 봅시다. 이는 성전의 본질적인 의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생각과 행동인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기도하는 이들이고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더욱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성전은 단순한 장소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도 나름의 세력이 형성되고 위계질서가 세워져서 그 안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성전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서서히 잊어가고 있지요.
우리가 지상에서 바라보는 것들은 모두 천상의 ‘예표’일 뿐입니다. 성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영원의 성전에 참여하기 위해서 지상에서 공동체를 구성하고 성전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것입니다.
“너희가 참으로 너희 길과 너희 행실을 고치고 이웃끼리 서로 올바른 일을 실천한다면, 너희가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억누르지 않고 무죄한 이들의 피를 이곳에서 흘리지 않으며 다른 신들을 따라가 스스로 재앙을 불러들이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를 이곳에, 예로부터 영원히 너희 조상들에게 준 이 땅에 살게 하겠다.” (예레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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