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게 잤다. 마치 묶여있던 매듭이 풀리듯 잠이 쏟아졌다. 어제 오전 내내 자고 일어나 점심 먹고 6시 무렵부터 또 자고, 오늘 오전 내내 또 자고 일어났는데 또 잠이 왔다. 지난번 휴가 때에도 느낀 거지만 선교사에게 휴가는 휴가가 아닌 셈이다. 그 동안 돌아다니면서 피로가 도로 쌓인게지. 오늘 오후에는 농장일 하시는 수녀님이 삼계탕을 끓여 주신다 했다. 그래서 길을 나섰다. 산길을 올라서는데 나중에 나이들면 이런 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저 작은 밭이나 하나 가꾸면서 내 먹거리나 좀 가꾸는 정도의 소일이나 하면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보내고 싶다는 소망. 하지만 그럴 기회가 올는지도 의문이고 과연 이런 생각을 그때까지 지니고 있을지도 의문이라서 그냥 마음 한 켠에 접어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걸린 건… 내가 화분 하나도 가꿀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였다. ㅋㅋㅋ 아니나다를까 후덕하신 농장 수녀님은 '닭 한마리 드시지요?'라고 물으시며 한 사발 가득 삼계탕을 내어오셨다. 국물보다 고기가 더 많은 삼계탕… 저대로 두 번 먹다간 호흡곤란으로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하지만 큰 내색 않고 '네에~'하고 받아들었다. 맛있게 먹고(정말 맛있었다) 국물 한 그릇 더 달라 해서 먹었다. 수녀님이 직접 담은 포도주도 두어 잔 들이키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외사촌 수녀님이 돌아갈 때는 산길로 가자 했다. 헉… 얼른 편하게 돌아가서 잘랬더니 기어코 운동을 시킬 모양이다. 내려오는 길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에 일하시는 통통한 수녀님이 여기 피정을 와서 겨울에 산에 올라갔는데 멧돼지를 만난거라, 그래서 수녀님이 긴장을 해서 검지와 중지를 펴고 다가오면 눈을 콕 찔러야지 생각을 하는데 멧돼지가 먼저 소리를 꿰에에에엑!!!!! 지르고는 도망가 버렸다는거야. 그래서 수녀님이 '내가 그렇게 험상궃게 생겼나' 충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