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아녜스 기념일, 연중2주 월요일)
작년 겨울, 인터넷 상에서는 한 동안
진보와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현실은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이들은 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의 바램대로 현실이 이루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들은 어느새 여당이 되고 주류가 되며,
그들의 주변에는 다시금 '진보'와 '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이 나타나게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세상의 정치라는 것은 완성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새롭다는 건 '한 번도 쓰여지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알려 주시는 진정한 새로움은
어제 빨아놓은 걸레로 오늘 상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상을 더럽힐 마음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이 걸레도 저 걸레도 필요없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하고 있습니다.
신앙 안에서 '새로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수단, 저 수단을 갈아치우며 쓴다고
때로는 성경을, 묵상을, 피정을, 수도원 방문을 한다고
신심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로 우리 마음을 들어높여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곧 우리의 바램이 될 때에
우리의 신앙은 진정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내어야 합니다.
무엇이 새 술인지도 모른 채로
새 부대만 찾는 모습이 교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리 돌아다니고 저리 돌아다녀보지만
그들의 마음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진정한 새 술을 구하고,
그것을 참된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새 술은 성령과 주님의 사랑이고,
새 부대는 우리 자신들입니다.
새로운 신학 사조를 '새 술'이라고 착각하고
새로운 성전 건물을 '새 부대'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랑'하기보다는
교만과 아집에, 그리고 증오와 탐욕에 사로잡혀 있기 일쑤입니다.
회개조차도 하지 못한 채로,
양조장 청소도 하지 않은 채로,
새 술과 새 부대를 운운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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