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는 생명체 중에 제일 한가한 건,
저 앞의 어항 속의 물고기들과 나 뿐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잔뜩 인상을 쓰고 앉아 있거나
분주히 이리 저리 찾아다니고
환자들은 아픈 몸을 이리 저리 이끌고 다닌다.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노닥거리는 건 그야말로 나 뿐이다.
아는 신부님께 인사 드리러 왔다.
이리로 오라 하셔서 이리로 왔다.
전에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오더리'로…
간호사들 뒷바라지 하면서
아침이면 환자분들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휠체어에서 다시 침대로 옮기고
간병사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소독용 천을 가위로 자르곤 했다.
그러면서 병원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병원이라는 곳은
병과 고통, 생명을 위한 투쟁이라는 같은 주제 안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다.
살자는 간절한 사람들이 잔뜩 모인 곳이다.
환자들은 다가오는 죽음에서 살고자 하고,
보호자들은 환자들을 살리고자 기를 쓰며,
의사와 간호사들, 간병인들은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 가운데 나는 마치 잉여 인력이나 된 듯이
별다른 간절함 없이 유유히 병실들을 쏘다녔었다.
병원에 오면 그 때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난 단 한 번도 입원을 해 본 적이 없다.
참으로 축복받은 존재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그런 병원에 돌아왔다.
그것도 별 목적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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