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교회는 천주의 모친 성마리아 대축일을 지냅니다.
새해를 시작하려는 교회의 자녀들에게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받은 축복을 상기시키는 것이
가장 합당하겠기 때문이지요.
복이라는 것은 교회 안에서는 '은총'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습니다.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고, 참으로 좋은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 하느님의 자녀들은
'세상의 복'과 '천상의 복'을 잘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복은 그야말로 누구나 서로들 빌어주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오복'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수명, 부유함, 편안함, 훌륭한 덕을 닦음, 제 명에 죽는 것을 말합니다.
이 역시 참으로 좋은 것들이 아닐 수 없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목숨이 아니라 천상의 목숨을 갈망해야 하며,
세상의 부유함이 아니라 영적 가치들과 천상 보화들로 우리를 장식해야 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십자가를 질 생각을 해야 하며,
훌륭한 덕을 넘어선 신비적 덕들,
그 뜻이 너무나 심오하여 때로는 세상에는 덕이 아닌 멍청함으로 비춰지는
믿음, 소망, 사랑의 복음 3덕을 닦아야 하고,
제 명이랄 것이 없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때라면
언제라도 내 현세의 생을 내어바칠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천상의 복'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복은 우리를 진정한 자유에로 이끄는 참으로 좋은 것이지만
이 복을 차지하고자 하는 이는 세상 안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자리를 차지하게 만듭니다.
성모님의 삶을 간단히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영예를 얻으시지만
사실 이 생의 삶 가운데 그분은 처절히 고통을 참아 받으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고통 가운데에서도
당신의 육의 아들이 십자가 상에서 죽어가는 걸
눈 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고통은
그분의 티없으신 성심을 갈갈이 찢어 놓았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견뎌내셨고,
지금은 교회의 어머니로 수많은 자녀들을 거느리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자녀 여러분 잊지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주시려는 복은 '현세의 복'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정한 복은 영원한 복이고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율법 아래 사는 이들은 그것을 철저히 지켜내어 겨우 저주나 피할 뿐이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평화와 안식'을 이미 현세에서부터 누립니다.
행여 현세에서부터라도 우리가 받을 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평화와 기쁨'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세상의 안녕과 맞바꾸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는 순례자일 뿐입니다.
아멘.
세 줄 요약.
1) 하느님의 자녀들은 천상의 축복(은총)을 받는다.
2) 천상의 복은 세상이 말하는 현세적 축복의 개념을 초월하는 것이다.
3) 십자가를 통해 내려오는 천상의 축복을 갈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