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 시절 처음 읽으면서 '참 재미난 아이디어로군' 하고 생각을 했던 책이다.
하지만 그 때 당시에 읽은 기억이 남은 걸로는 그저
우리 내면의 영적인 거리들을 의인화 시켜서 우화 형태로 풀어놓은 그 독특함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에 조금은 더 다가선 느낌이다.
주인공인 "두려움"은 목자의 초대를 받아 높은 데로의 여행을 시작하고
"슬픔"과 "고통"을 동반해 여정을 떠나는 중에
이런 저런 시련을 겪다가 결국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고
그 동안의 여정과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훌륭한 존재로 변모하게 되며,
나아가 원래 있던 마을로 사람들을 초대하러 도리어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줄거리이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던 피해야 할 무언가가, 혹은 무가치해 보이는 무언가가
실제로는 정반대의 가치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전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다.
일상 안에서 피하고 싶은 '슬픔'과 '고통', 그리고 심지어는 나의 모나고 부족한 모습도
결국에는 감싸안고 품어 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과거에 접했던 책을 다시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결국 책의 가치는 그대로이나 우리의 수용 능력에 따라서 그 가치가 진가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높은데서 사슴처럼'이라는 이 책은 영혼의 성장의 길을 나름대로 그 겪을 수 있는 단계별로 성실히 서술해 두었다.
그래서 영성생활을 갓 시작한 이들부터 어느정도 고통과 시련을 통해 성장한 이들도
나름 그 안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영적 양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조금은 감상적으로 치우치는 장면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걸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꺼려지는 느낌을 전할 수도 있다.
영적인 여정을 걸으려는 분들 가운데 감수성이 섬세한 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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