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하철 한 정거장 되는 곳이라 걸어갔다.
참 새삼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더운 곳에 있다가 어느 순간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에이는 곳에 있다니…
차디찬 회색 빌딩의 도시를 거니는데,
문득 나무 위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기쁘던지.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바삐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잠시 행복했다.
은행에 도착을 했는데 이미 문을 닫아 있었다.
오후4시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내가 그걸 알 턱이 없지 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유명한 전자제품 가게에 잠시 들러 작은 물건을 하나 샀는데,
점원이 무슨 큼지막한 종이를 가져와서는 작성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회원 카드가 없는지 물어본다.
그래서 없다고 했더니 하나 꼭 하시란다.
그러라고 했다.
그 사람 오늘 실적에 +1일테지…
이름도 묻고, 주소도 묻는다.
그리고는 전화번호도 묻더니 이게 내 명의냔다.
아니라고 했더니 신분증을 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단다.
그저 제품 구매시에 이득이 있다나…
'네네 알겠습니다.'
난 참 엎어져 코배가는 세상에
뒷통수 맞기 딱 좋은 스타일인 것 같다.
스팸은 싫어서 물어봤다.
전화로 문자 같은 거 오지 않느냐고.
그런 거 없다고 했다.
ㅎㅎ
나도 참 순진하지…
집에 들어서는데 문자가 두 통이나 들어왔다.
'멤버십 회원 가입을 축하드립니다.'
세상은 얼마나 영리한지 모른다.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욕구를 불러 일으켜
필요없는 걸 원하게 만들어서는
그걸 판다.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팔고,
사막에 사는 민족들에게는 히터를 팔고,
전기가 없는 곳에는 전자제품을…
평화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무기를 팔아치운다.
그 상술에 그리스도인들이 놀아나고,
그리스도인들은 자기 영혼을 팔아치우고
그 재물들을 산다.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여러분은 여러분이 가진 것으로 행복한가??
정말???
어리석은 사람들 같으니라구… ㅎㅎㅎ
"하느님께서는 당신 마음에 드는 인간에게 지혜와 지식과 즐거움을 내리시고 죄인에게는 모으고 쌓는 일을 주시어 결국 당신 마음에 드는 이에게 넘기도록 하신다. 이 또한 허무요 바람을 잡는 일이다."
(코헬렛 2장 2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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