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르다는 기차를 타고,
순식간에 서울을 도착해 버렸다.
역사를 꽉 채운 인파들 속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저마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바쁘게 지나다닌다.
길 물어보기도 무서울 지경이다.
약속 장소까지 지하철을 타면 또 금방이겠지만,
차라리 밖으로 나와 좀 천천히 걷기로 한다.
대규모의 시설들의 화려함 속에
뒤에 꼭꼭 숨겨놓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저분한 길과 지친 사람들의 표정,
꽤나 오래되어 마모된 보도블럭과
그 사이를 익숙하다는 듯 지나다니는 매서운 눈의 비둘기…
서울역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문명의 허상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을 했다.
또다시 접하게 되는 거대한 백화점,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가득 들어차 있고,
모든 것은 빨리 빨리 움직여 지나간다.
좀 재미있고 유명하다 싶은 곳은 더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 있다.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는데 벽에 광고판들이 즐비한 가운데
유독 시선을 끄는 광고판이 있었다.
평범한 여자 얼굴 세 가지가,
'성형후'라는 타이틀 후에 모두 똑같은 얼굴,
얼굴은 갸름하고 눈은 커다랗고 코는 오똑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그 광고를 보면서 호기심을 느낀다거나
그 얼굴이 아름다워보이기보다,
역겨움과 섬찟함을 느꼈다.
거침없이 자기 얼굴에 손을 대고,
자신의 개성을 사라지게 하는 이들의 마음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까?
그리고 그런 이들을 찾는 남자들,
그저 외양만 준수하면 다 괜찮다며 다가가는 이들은
또 어떤 내면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서울이… 무서워졌다.
영혼을 잃은 이 거대한 회색의 도시는
아마 오늘도 한 사람의 희생양을 집어삼킬 준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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