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심있는 분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이건 전혀 영성적인 글이 아닙니다. ㅎㅎㅎ 그저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어보고 싶은 분들만 읽어보세요.)
옛날 아버지가 쓰시던 미놀타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사진을 찍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성당의 교리교사 중의 한 명이 카메라를 직업으로 삼고 있었기에
이런 저런 책들을 빌려서 읽고 개략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필름 카메라는 결과물을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배우지 않고 찍게 되면 정말 당황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함부로 맡길 수가 없게 된다.
당시 내가 그 교리교사에게 배운 지식은
셔터 속도와 조리개에 따른 밝기의 산출과
조리개의 개방에 따른 심도의 차이에 대한
굉장히 기초적인 두 가지였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카메라의 렌즈 안에는 열고 닫을 수 있는 '조리개'라는 것이 있다.
가령 가장 작게 닫혀진 조리개에서 1만큼의 빛이 들어오고
최종적으로 10만큼의 빛이 쌓여야 눈으로 보기에 적절한 사진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조리개가 가장 작을 때에는
1+1+1+1+1+1+1+1+1+1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야 10이 완성이 된다.
결국 조리개가 작으면 '찰칵'하는 순간의 셔터 속도가 늦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진 찍히는 소리가 '철커~~~~~덕!'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조리개가 더 열린다고 생각을 해 보자.
예컨대 조리개가 열려서 이제는 2만큼의 빛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럼 이번의 경우에 10의 빛이 쌓이기 위해서는
2+2+2+2+2 이렇게 이전보다 짧은
반 밖에 되지않는 시간이 지나면 10이 완성된다.
결국 조리개가 열리면 셔터 속도는 줄어들어야 하고
그래서 사진이 찍히는 소리는 '철커~덕!'하고 들린다.
이번에는 조리개를 마구 열어 5만큼의 빛이 들어온다고 하자.
그럼 10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작,
5+5 이렇게 짧은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럼 그저 '찰칵!'하는 순간에 사진이 완성된다.
사실 이것만 알아도 적어도 크게 이상한 사진은 나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늘날의 똑딱이 카메라들(폰카와 가격대가 낮은 디카들)은 이걸 거의 자동으로 해 준다.
그래서 일반적인 실외의 적절한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대놓고 찍으면 거의 봐줄만한 사진이 나온다.
문제는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을 때 일어난다.
왜냐하면 우리가 줄구장창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아이들 체육대회 사진만 찍으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늘날의 아가씨들은 은은한 백열등 조명 아래에서,
짜세나게 심도를 옅게(아웃포커싱)해서
주변에서 우걱우걱 밥을 먹고 있는 다른 이들이 있는 배경을 날려버리고
와인잔을 우아하게 거머쥐고 있는 자신의 얼굴'만'을 담아내고 싶어한다.
(헐… 그냥 초상화를 그리시지…)
요즘 카메라들은 영리해서 자기 딴에는 최대한 조리개를 열지만,
이런 환경이라면 지나치게 어두워서 셔터 속도가 점점 느려지게 된다.
빛이 부족해서 평소에는 5의 빛이 들어올 크기의 조리개로
고작 1의 빛만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밝은 곳이라면 5,5로 '찰칵!'하고 빨리 찍힐 사진이
빛이 부족해서 셔터속도가 '철커~~~~~덕!'하고 길어져 버리고
그 동안 덜덜 떨리는 손은 사진을 사정없이 엉망으로 만든다.
그래서 어두운 데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삼각대'를 쓰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단체 사진을 찍을 때에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도 주의해야 한다.
'철커~~~~~덕!'의 기나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움직여버리면
내가 아무리 삼각대로 용을 써도 소용이 없게 되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심령사진이 연출되게 된다.
(특히나 그 가운데 뛰노는 어린이라도 있으면 걔는 완전히 꼬마유령 캐스퍼가 된다.)
결국 빛이 부족하면 카메라가 알아서 '플래시'를 터뜨려준다.
부족한 빛을 보완하고 셔터 속도를 단축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플래시 불빛으로 나온 사진은 일반적으로 싫어한다.
빛을 바로 앞에다 정면으로 쏘아버리니,
얼굴이 한 맺힌 핏기 없는 처녀귀신 같이 나오고
거기에 간극이 있는 곳마다 그림자가 뚜렷하게 되어서
뭔가 이상하고 섬찟한 사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하게 되는 것이 '간접조명'이라는 것이다.
조명을 얼굴에 바로 쏘지 않고, 천장이나 다른 방향에서 쏘아 주어
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전문 사진사들이 행사장에서 플래시가 위를 향해 있거나
플래시 앞 쪽에 뭔가 흐릿한 것이 씌워져 있는 걸 보았으리라 생각한다.
혹은 증명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에 조명이
우산을 뒤집어 놓은 듯한 기구로 얼굴 좌우에서 터지는 걸 보았을 것이다.
그게 바로 간접 조명이다.
삼각대나 플래시까지는 원하면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바로 밝은 렌즈를 사고 싶어하는 것이다.
좋은 회사에서 나오는 좋은 렌즈는 바로 이 밝기가 높은 렌즈,
조리개를 줄여도 충분한 빛이 들어오는 렌즈를 사고 싶어 싶어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안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소위 이런 '장비병'에 슬슬 걸리게 된다.
(짜세나는 삼각대, 우아한 플래시 조명과 그 조명을 일정 거리 옆으로 떨어뜨려 놓을 수 있는 부속 기구들, 그리고 밝은 렌즈들… 사실 렌즈가 코피 터지는거다. 어떤 렌즈는 카메라 본체의 가격을 우습게 뛰어넘기도 한다.)
카메라마다 메뉴에 적혀있는 ISO 라는 값은 과거 필름의 감도에 상응하는 값이다.
한 마디로 같은 햇볕을 쬐어도 아프리카 사막에 사는 아이들의 피부는 둔감하고,
평소 빛도 쬐지 않고 환경 호르몬이 가득 든 과자만 드셔대는 한국의 아이들의 피부는 아토피에 지독히도 민감성 피부가 된다.
그래서 같은 1이라는 빛을 받아도 누군가는 1, 혹은 0.5로 반응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걸 5의 햇빛이나 되는 양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ISO값이 낮을수록 둔감한 피부이고(대신에 사진의 선명도는 뛰어나다)
ISO값이 높을수록 아토피 피부이다(대신에 사진의 선명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ISO값이 작을수록 사진이 섬세하긴 하지만 빛에 더 신경을 쓰지 않으면 사진은 사정없이 어두워지고,
반대로 ISO값이 높을수록 막 찍어도 일단 사진은 나오지만
그 사진을 확대해보면 무슨 시멘트 위에 그림 그린 것 같은 사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진정한 전문가라면 장비를 탓할 필요가 없다.
이런 저런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것들을 조절해 가며
결국에는 사진을 뽑아낼 것이고,
그게 아니면 아예 적절한 환경에 따른 연출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 같이 필름이 아닌 디지털 사진의 환경이라면
컴퓨터로 후보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늘은 사진의 밝기에 대해서 이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짜세나는 아웃 포커싱(얕은 심도)'에 대해서 같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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