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바닷가에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연상해 봅시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아지랭이가 피어오르듯 빛이 너울 거리다가
해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면 그 직사광선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일순간
사방으로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해를 향하고 있는 모든 이는 얼굴에 한 가득 햇빛을 담게 되지요.
우리 주님은 이렇게 다가오시는 분이십니다.
'계시'라고 표현되는 우리 영혼을 향한 주님의 비추임은
마치 아침 태양이 온 사물을 쪼이듯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그 빛을 향해 서 있는 모든 이가 그 빛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태양을 기다리던 이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그 빛을 만끽합니다.
하지만 행여 태양을 기다리다가 바닥에서 반짝이는 이쁘장한 조약돌을 보고는
그만 고개를 숙이고 거기에 눈이 팔려 있다가는 그 첫 햇살을 놓치게 되지요.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들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제1독서)
우리가 칠흙같은 어둠 속에 있다가 빛을 받으면 사물을 올바로 구분하게 되듯이,
우리의 영혼이 이 주님의 계시의 빛을 받으면 비로소 영적 사물을 올바로 구분하게 됩니다.
전에는 별 생각없이 다가가서 그 주위에서 놀던 것이
눈을 뜨고 보니 오물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
다시는 그 근처로 가지 않게 됩니다.
전에는 즐겨보던 텔레비전이 사실은 세상의 온갖 분잡함의 집합소라는 걸 알게 되고,
즐기던 친구들과의 잡담이 실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정보의 쓰레기통이라는 알게 되며,
반대로 전에는 지겨워하고 지루해하던 일들, 기도, 성경, 묵상 등등이
실제로는 우리에게 맑은 영혼의 샘을 내어주고 있었으며,
우리가 늘 성가시게 생각하던 주변의 사람들이
실제로는 하느님이 나에게 보내주신 훌륭한 구원의 도구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조명은,
그 빛을 제대로 받는 사람에게는 자연히 삶의 변화를 수반하게 됩니다.
반대의 관점에서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사람은 제대로 조명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결국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는 제대로 된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조명을 받은 이들, 삶이 변화된 이들은
나아가 여전히 암흑 속에 사는 이들을 초대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기도 합니다.
"나는 계시를 통하여 그 신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신비가 과거의 모든 세대에서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제2독서)
세상에서 익히 알려진 최고의 가치들을 상징하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우리 아기 예수님의 발치에 바쳐집니다.
우리 주님이야말로 진정한 전권을 지니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아기야말로 모든 이를 죄악에서 구원하실 참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모두 경배하러 갑시다.
우리의 가장 소중한 '생명과 의지'를 선물로 들고
그분의 발치에 엎드립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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