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반, 휴대폰 벨소리에 눈을 떴다.
외적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내면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일어나라구 이 게으름벵이야.'라고 말하는 나의 지성과
'싫어!'라고 반항하는 나의 의지가 서로 싸우고 있었다.
의지는 강했다.
아무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뭔가를 준비한다고 해서
의지가 쉽사리 굴복하지는 않았다.
나의 지성은 곧 이 전쟁을 감지했고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이 나의 의지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설명했다.
나의 의지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드는
하지만 뭘 하고 싶어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는
그래서 당장 눈 앞에 편해 보이는 것만 하려고 드는
그런 어린아이였다.
당장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도 이토록 반항하는 의지이거늘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상상에 불과하다.
또 혹자는 자기는 아침에 일찍일찍 잘 일어나니까 괜찮다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아니다, 그런 분들에게 의지와의 전쟁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펼쳐진다.
보통 그런 분들은 '겸손'하라는 지성과 싸우는 의지를 발견한다.
그런 의지는 '순명'이라든지 '자기비움'에 약하다.
의지라는 것은 분명 엄청난 힘이다.
그래서 의지를 잘 길들이지 않으면
어디로 튈는지 모르게 된다.
이 어린아이 의지를 잘 구슬려서
하느님의 뜻 앞에 무릎을 꿇리고
자기 스스로를 봉헌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과업이 될 것이다.
그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선하다'는 일을 실천하게 될 것이다.
그 전까지 순수한 우리의 의지 만으로는 가식적인 일만을 하기 일쑤다.
참 사랑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다.
우리의 의지가 하느님의 손에 있을 때에야 우리도 참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반항하는 당신의 의지를 잘 구슬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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