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서품구절이다.
그렇다.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주님의 뜻이었다.
수난 전날 제자들의 발을 씻으면서 예수님은 강조하셨다.
"내가 너희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라"고…
섬김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
예수님은 정반대의 길을 보여주신다.
특히나 요즘 한국은
사제들이 '섬기기'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누군가는 큰 맘 먹고 내려오고 싶은데도 주변에서 자꾸만 떠받들어 준다.
헌데 들어보면 떠받들만한 진정한 이유로 떠받들기보다는,
어디 아프리카 못 사는 애 동정하는 수준이다.
즉,
영성이 뛰어나고, 하느님 가까이 살고,
봉사하고 거룩해서가 아니라.
결혼도 안하시고 혼자 사시는데… 이런 거라도 하셔야 한다는 식이다.
그 덕에(탓에?) 참으로 좋은 것들로 꾸며 드린다.
먹이고 입히고, 존대해 드리고 상석에 앉혀 드린다.
그리고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시간이 지나다보면
어느새 그런 대접이 익숙해져 버리고 만다.
섬기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아예 상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섬기려고 사제가 되었는데,
섬김은 어디가고 섬김을 받기에 바쁘다.
신자분들은 뒤통수에다 대고는 교만하다느니 독선적이느니 궁시렁 대다가고
앞에만 서면 양순한 양이 되는 이중적인 모습도 서슴지 않는다.
주변에서의 분위기와 자기 내면에서의 호응이 쌍박자를 이루어서…
결국 고귀한 사제님께서 탄생하시게 되는 것이다.
사제 스스로 내려와야 하는 게 맞다.
그렇다고 신자분들께 사제를 좀 무시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사제 직분을 맡은 인간은 초라할지라도,
성체를 축성하고 성사를 집전하는 권한을 지닌 사제직은 더할나위없이 존귀한 거니까…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제들은 예수님을 따라 섬겨야 하고,
그렇게 섬기다가 결국 예수님께서 지고 가신 십자가 마저도 떠안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홀로 하느님과 머무는 걸 즐기고,
낮은 곳에 숨어 계신 예수님을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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