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니까 수녀는 얼마 전부터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다. 자기보다 7년이나 늦게 종신을 한 안젤라 수녀에게서 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별다른 말도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제 곱씹어 생각해보니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하는 셈이다.
- 나보다 7년이나 후배이면서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앙심은 속에서 더욱 더 솟아올랐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집어 들고 읽으려 해도, 소일거리로 좀 잊어 보려고 해도 눈 앞에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 ☩ ☩
- 베로니까 수녀님, 저 좀…
- 응? 왜? 무슨 일 있어?
- 전부터 말씀을 드릴까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수녀님이 담당하고 있는 청원자 그룹에서 자꾸 수녀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와서요.
베로니까 수녀는 가슴이 뜨끔했다.
- 왜? 뭐라고들 하는데?
- 수녀님이 한 수녀를 편애하신다고…
사실이었다. 청원자 그룹 가운데 특별히 고분고분하고 말을 잘 듣는 이가 있어 마음에 두고 아끼던 차였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나보다.
- 그래?
베로니까 수녀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 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은 신경을 쓰시는 게 좋을 듯 해요.
☩ ☩ ☩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을 어떻게 후배 수녀가 나에게 말을 할 수 있나 싶었다. 내가 선배인데, 내가 7년이나 선배인데 말이다. 자꾸만 달아오르는 가슴을 어쩔 수가 없어 경당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따지기 시작한다.
- 예수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어떻게 그 수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냐구요?
예수님은 아무 말이 없다. 베로니까 수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계속 푸념을 늘어 놓았다.
- 아니, 안젤라 수녀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뭐 열심히 하는 건 맞지만 안젤라 수녀도 가끔 잊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거 제가 옆에서 챙긴다고 제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주님도 아시는 거잖아요? 안그래요?
따박따박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베로니까 수녀는 지금 자신의 생각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주님은 십자가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온갖 생각의 찌꺼기에 파묻혀 있다가 주변이 엄청 고요하다는 걸 깨달은 베로니까 수녀가 다시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본다. 그분은 십자가에 매달려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아니, 그분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베로니까 수녀는 조금은 차분해졌다.
- 예수님, 제가 이러려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동안 저는 열심히 참아 견뎌 주었다구요. 하지만 안젤라 수녀는 어떻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거죠? 저는 바보인가요?
다시 예수님을 쳐다보았다. 이제서야 그분의 가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분의 눈, 사람을 꿰뚫어보는 그분의 눈이 보인다. 베로니까 수녀의 눈길이 그분의 눈길과 마주하는 순간, 수녀의 가슴에 강한 충격이 다가온다.
- 아, 주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베로니까 수녀는 울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예수님은 끝까지 말이 없으셨다. 하지만 그분의 눈길은 예전의 그 강한 빛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로 바뀌었다. 경당 안의 깊은 정적만이 이 순간 일어난 일을 가득 담고 있을 뿐이었다.
- 나보다 7년이나 후배이면서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앙심은 속에서 더욱 더 솟아올랐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집어 들고 읽으려 해도, 소일거리로 좀 잊어 보려고 해도 눈 앞에 그 날의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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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니까 수녀님, 저 좀…
- 응? 왜? 무슨 일 있어?
- 전부터 말씀을 드릴까 한참을 고민했는데요. 수녀님이 담당하고 있는 청원자 그룹에서 자꾸 수녀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리가 나와서요.
베로니까 수녀는 가슴이 뜨끔했다.
- 왜? 뭐라고들 하는데?
- 수녀님이 한 수녀를 편애하신다고…
사실이었다. 청원자 그룹 가운데 특별히 고분고분하고 말을 잘 듣는 이가 있어 마음에 두고 아끼던 차였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었나보다.
- 그래?
베로니까 수녀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대답했다.
- 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은 신경을 쓰시는 게 좋을 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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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괘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일을 어떻게 후배 수녀가 나에게 말을 할 수 있나 싶었다. 내가 선배인데, 내가 7년이나 선배인데 말이다. 자꾸만 달아오르는 가슴을 어쩔 수가 없어 경당으로 갔다. 자리에 앉아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따지기 시작한다.
- 예수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어떻게 그 수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냐구요?
예수님은 아무 말이 없다. 베로니까 수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계속 푸념을 늘어 놓았다.
- 아니, 안젤라 수녀라고 다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뭐 열심히 하는 건 맞지만 안젤라 수녀도 가끔 잊어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거 제가 옆에서 챙긴다고 제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주님도 아시는 거잖아요? 안그래요?
따박따박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베로니까 수녀는 지금 자신의 생각이 아주 합리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주님은 십자가에서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온갖 생각의 찌꺼기에 파묻혀 있다가 주변이 엄청 고요하다는 걸 깨달은 베로니까 수녀가 다시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본다. 그분은 십자가에 매달려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아니, 그분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베로니까 수녀는 조금은 차분해졌다.
- 예수님, 제가 이러려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동안 저는 열심히 참아 견뎌 주었다구요. 하지만 안젤라 수녀는 어떻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거죠? 저는 바보인가요?
다시 예수님을 쳐다보았다. 이제서야 그분의 가시관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분의 눈, 사람을 꿰뚫어보는 그분의 눈이 보인다. 베로니까 수녀의 눈길이 그분의 눈길과 마주하는 순간, 수녀의 가슴에 강한 충격이 다가온다.
- 아, 주님…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베로니까 수녀는 울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예수님은 끝까지 말이 없으셨다. 하지만 그분의 눈길은 예전의 그 강한 빛을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길로 바뀌었다. 경당 안의 깊은 정적만이 이 순간 일어난 일을 가득 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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