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쌍으로 움직입니다. 물론 때로는 하나의 젓가락으로도 음식을 찍어 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젓가락은 쌍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처럼 우리 사람도 짝을 이루게 되어 있습니다. 서로를 의지하도록 만들어져 있지요. 하나의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둘이서 서로 화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젓가락은 손이 놀리는 것입니다. 젓가락만으로 스스로 음식을 집어드는 것이 아니라 두 젓가락이 손에 몸을 맡길 때에 온전히 한 몸이 되어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람도 하느님의 손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손이 없는 젓가락은 장식용은 될 수 있어도 본래의 목적에는 합당하지 못한 셈이지요. 손을 제외한 젓가락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닌 셈입니다. 또한 젓가락은 적당히 길어야 합니다. 손가락보다 짧은 몽당 젓가락은 없습니다. 그럼 존재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지요. 너무 길어도 이상합니다. 우리 몸길이보다 긴 젓가락은 있을 수 없지요. 또 굵기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소세지만한 젓가락을 쓰지 않습니다. 젓가락은 손가락보다 얇은 것이 보통이지요. 그리고 가볍기도 해야 합니다. 이처럼 각 사람은 다양하지만 저마다의 쓰임새가 있게 마련이고, 지나치게 과하게 자신의 재주에만 집착하다보면 원래의 쓰임새에서 벗어나게 마련인 셈입니다. 즉, 하느님은 그런 젓가락을 쓰시기 곤란해 하실 것입니다. 끝으로 젓가락은 사물을 집어드는 데에 씁니다. 우리 인간도 고유의 목적이 있으니 우리의 영혼을 하느님께 들어 높이고, 나아가 우리 주변의 영혼들도 초대해야 합니다. 젓가락을 문고리 고정하는 데에 쓸 수도 있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하느님을 통해서 한 몸이 되어서 각자의 재주로 서로의 구원을 위해서 봉사하는 젓가락인 셈이지요.
- 성체를 손으로 모시는 게 신성모독이라는데 사실인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일단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체를 입으로 직접 받아 모셔왔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주님의 수난 만찬때에 제자들과 모여 함께 나눈 빵을 제자들이 무릎을 꿇고 입만 벌리고 받아 모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손으로 빵을 받아서 나누어 옆의 동료들에게 나누어가며 먹었습니다. 하지만 성체에 대한 공경이 날이 갈수록 더해 감에 따라 부스러기 하나라도 흘리지 않으려는 극진한 공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제단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입을 벌리고 받아모시게 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신자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고 또 입으로 모시다가 자꾸 사제의 손에 침이 발리니 위생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손으로 받아 모시게 한 것입니다. 사실 한국과 같은 곳은 입으로 받아 모시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전부가 손으로 받아 모십니다. - 그럼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은 왜 그러는 건가요? - 제가 보았을 때에는 성체에 대한 극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 위해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성체를 공경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좋지만 손으로 모시는 사람을 잘못되었다고 할 필요는 없지요. 여기서는(볼리비아에서는) 입으로 모시는 사람과 손으로 모시는 사람의 두 부류가 있고 둘 다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입으로 모시는 이들의 혀가 제 손에 자꾸만 닿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고 이는 굉장히 비위생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입으로 모시는 것이 성체를 흘리고 떨어뜨릴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모시는 것이 보다 안정적이지요. 다만 손으로 모실 때에는 미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왼손 아래에 오른손을 받치는 올바른 자세를 갖추고 왼손으로 성체를 받아 뒤의 사람이 앞으로 나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나서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성체를 모시고 나서 손에 남은 부스러기를 함부로 다루지 말고 입으로 가져가서 혓바닥으로 깨끗이 처리할 필요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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