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혼자 힘으로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키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캐오는 나무 위로 올라갔습니다. 자캐오의 작은 키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의미하고, 자캐오가 올라선 나무는 세상의 권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한계가 있는 존재들이지요. 우리의 키는 생각만큼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자그마한 존재들입니다. 바람이 불면 날라가 버리고 마는 먼지와 같은 존재들이지요. 헌데 우리는 때로 다른 이들을 밟고 일어섭니다. 다른 것들에 힘입어 높은 곳에 올라가곤 하지요. 그리고 그런 가운데에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말 그대로 얼른 내려와 주님을 집에 모십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우리들은 위로부터 오는 부르심을 들을 때에 너무나도 쉽게 무시해 버리고 맙니다.
부르심은 다가옵니다. 하지만 복음의 모습처럼 실제 예수님을 한 사람이 다가와서 불러대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 그 어느 신학생도 그런 부르심을 받지는 않습니다. 부르심은 참으로 소박한 일상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한참 탐욕 속에 빠져 있을 때에 부르심은 친구의 소박한 권고로 다가옵니다. ‘그렇게 하는 건 옳지 않아.’라고 말이지요. 누군가 어둠의 길을 가려고 할 때에 부르심은 아내의 울음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내려와야 합니다. 올라선 자리에서는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서 거닐고 계시는데 우리는 권력의 자리에, 명예의 자리에, 부유함의 자리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우리는 내려와서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합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교만하면 친구가 없는 법입니다.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 가식적이고 위선적으로 선을 가장할 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