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로마 12,9)
바오로 사도의 메세지는 확고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선과 악에 대해서 굉장히 혼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것이 선인 것 같은데 과연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별이 올바로 적용되지 않지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술을 마시는 이들에게 술은 ‘선’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술을 마시고 돌아와서 주사를 부리고 그 주사를 감당해내어야 하는 가족들에게 그 술은 ‘나쁘다’고 생각되고 ‘악’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선과 악에 대한 관점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가 진리를 바탕으로 선과 악을 분별하는 게 아니라 나의 기호를 바탕으로 선과 악을 분별하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좋은 것은 선처럼 보이고 나에게 나쁜 것은 악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엄마에게 꾸중을 들으면 아이는 엄마를 나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꾸중을 통해서 아이를 바로 세우려는 엄마의 마음을 아이는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 일이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납니다. 우리가 보기에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진정 약이 되는 일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참된 선과 악은 하느님을 향한 여정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선은 하느님을 선택하고 그분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악은 반대로 하느님을 벗어나고 그분에게서 멀어지는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분별은 바로 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오늘날의 빌라도는 예수님에게 묻습니다. ’진리가 무엇이오?’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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