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첫 주일을 통해서 교회력의 한 해의 첫 날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연중의 마지막과 대림의 첫 시작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교회의 달력은 한 해를 마친다고 졸업을 하거나 행사가 마감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그 간격을 구분한 것일 뿐입니다. 참된 시간은 채워짐의 시간이며 우리는 모두 그 채워짐이 온전히 이루어질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림환의 모양도 둥근 모양입니다. 결혼 반지의 둥근 모양도 영원성을 상징하지요. 끊임없다는 의미입니다. 영원히 이어진다는 의미이지요. 시간이라는 것도 우리는 세상의 종말이 오고 나면 영원히 끝장이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는 ‘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세상을 얼마든지 계획하시고 새로이 시작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영원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우리의 영원성은 일상 안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마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입니다. 초등학교도 마쳐야 하고, 중학교도 마쳐야 하고, 고등학교도 마쳐야 하고, 대학도, 직장도, 삶도 마쳐야 한다고 배우고 살아가지요. 그러나 실은 그 모든 활동 안에서 ‘영원’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영원을 찾는 것, 그것은 다른 말로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사랑’을 찾는 것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하거든요.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 행복하고 사랑받을 때 행복합니다. 헌데 세상은 사랑 받고자만 하기에 행복해 질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사랑을 내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 저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으려고 하니 이기적인 사람들이 되어가고 사랑이 순환이 되지 않고 고인 물이 되어 썩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족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나라 안에서도 일어납니다. 몸 안에 피는 돌고 돌아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요소가 곳곳에 미치고 아픈 곳도 나을 수 있고, 지체들이 자라날 수 있습니다. 헌데 그 피가 고이면 썩은 피가 되고 응어리가 지고 다른 병이 되고 맙니다. 사랑은 돌고 돌아야 합니다. 우리는 받는 데는 이미 익숙해져 있으니 남은 일은 내어주는 연습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내어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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