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주님께서는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으시고, 누가 위대하다고 하여 어려워하지도 않으신다. 작거나 크거나 다 그분께서 만드셨고, 모두 똑같이 생각해 주신다. 그러나 세력가들은 엄정하게 심리하신다. (지혜 6,7-8)
하느님은 만물의 창조주로서 그분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한낱 피조물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세상 안의 모든 것이 다들 동일한 조건과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재능을 주시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더 많은 직무를 맡기시기도 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우쭐거리라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을 하라고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처음부터 자신의 소유이며 자신이 갖은 노력을 통해서 키워낸 것이라서 그 소유권이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틀렸습니다. 그들은 생명을 허락하시고 또 건강하게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마련해 주신 하느님을 잊고 있습니다.
세력가들이 세력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이 세력을 부리는 이들을 하느님의 뜻대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정의와 진실과 사랑과 선으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사람은 다른 이들을 다스리는 권한을 쥐게 되면 자기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에 오르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수명이 다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하느님은 모든 이를 똑같이 사랑하십니다. 하지만 저마다에게는 서로 다른 능력을 주셨지요.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없는 그대로 하느님에게 최선을 다해 돌려 드려야 하고, 반대로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병석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암벽등반을 하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또 반대로 명석함을 부여한 사람에게 그 명석함으로 사랑을 실천하기를 요구하십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재주들을 지니고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우리의 생명, 우리의 건강,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사지, 온전한 지성 등등 우리는 이미 하느님에게로부터 부여받은 것이 상당히 많은 셈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가 이미 지니고 있는 것들로 최선을 다해 하느님에게 영광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는 진정으로 아픈 이를 돌보고, 정치가는 지혜를 다해서 맡은 것을 다스리고, 사제는 성심껏 거룩함에 이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저마다의 직분에서 저마다 가진 재주로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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