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로마 12,16)
형제들은 자신들과 다른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참 불행한 사람들입니다. 특히나 부자들이나 재주가 많은 이들 중에 이런 생각에 젖어들어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향유하고 누리는 생활은 상류이고 따라서 하류와는 어울려서는 안된다고 착각에 빠져 있는 이들이 많지요.
가난한 나라에 이민 생활을 하는 이들 중에는 소위 ‘원주민’들을 천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예 자신들과 능력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을 하고 낮춰 보곤 하지요.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보려고 한다거나 그들이 살아가는 생활 문화 안에 젖어들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자신들은 ‘상류층’이고 원주민들은 ‘하류층’인 셈이지요.
그러다가 훗날 모두 세상을 떠나 하늘 나라에서 그들과 동등한 모습으로 마주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아니, 그들이 오히려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요?
아마도 상당히 기분이 상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언제나 낮은 자리에 머물던 그들, 우리가 주는 걸 겨우 받아먹고 삶을 유지하던 그들인데 어느 순간 그들이 우리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을 보면 적잖이 속이 쓰리겠지요.
그리고 그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납니다. 저는 선교 사제로서 부유한 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고 가난한 이들과도 어울릴 수 있습니다. 헌데 제가 바라보는 양자는 외적인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가난한 이들이 하느님을 더 잘 받아들입니다. 부유한 이들은 자신들의 교만으로 인해서 가르침이 젖어들기가 쉽지 않지요. 가난한 이들은 자신들의 생활 환경 속에서 더 하느님에게 가까이 머물러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아주 단순한 가르침도 소중하게 다가가는 것이지요.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된다는 것은 분명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세상의 첫째들이여, 조심하십시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