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에 그 뿔이 떠들어 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나는 그쪽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 짐승이 살해되고 몸은 부서져 타는 불에 던져졌다. 그리고 나머지 짐승들은 통치권을 빼앗겼으나 생명은 얼마 동안 연장되었다.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다니 7,11-14)
다니엘 예언서의 이 예언은 이미 일어난 일, 일어나고 있는 일,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모두 아우릅니다. 그래서 읽는 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짐승과 뿔들은 어둠의 세력과 그 세력에 힘을 입은 세상의 어둠의 권력을 의미합니다. 세대를 거쳐가며 그들은 마치 이 세상의 지배자인 듯이 처신해 왔습니다. 모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그들은 자신들의 지배 하에 있는 모든 것들을 못살게 굴기가 일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양심과 이성이 없는 ‘짐승’으로, 그리고 타인을 공격하기 위해 날카롭게 솟아나와 있는 ‘뿔’의 상징으로 대변됩니다.
하지만 그 짐승은 마침내 살해되고 몸이 부서져서 불에 던져지게 됩니다. 악은 결국 그 악을 응원하고 있던 이들이 죽음으로 그 실체가 산산조각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심판을 상징하는 타는 불에 던져지게 됩니다. 이 불은 단순한 실체적 불이 아니라 영적인 불, 즉 자신의 내면 안에서 타오르는 사악한 갈망을 의미하고 거기에 던져진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 몸을 내던지는 게 아니라 하느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준엄한 심판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국 하느님의 심판을 받지만 달리 보면 스스로의 죄악으로 고통받는 셈이지요. 그러는 동안 나머지 짐승들, 즉 가장 거대한 그 짐승에게 빌붙어 살아가던 나머지 짐승들은 통치권을 빼앗기나 그 생명, 즉, 영혼은 존속됩니다. 물론 그들 앞에도 각자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의 아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님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이시지요. 그분이 당신의 아버지, 즉 창조주 하느님을 상징하는 연로하신 분에게 나아가 그분 앞으로 인도되게 됩니다. 그리고는 참된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지지요. 그리고 모든 민족들,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이들 가운데에서 ‘존엄’을 간직한 이들, 즉 부르심 받고 그 부르심을 인내로이 잘 간직한 모든 이들이 그분을 섬기게 됩니다. 그분은 이 세상에 오실 때부터 그러하였듯이, 겸손과 사랑으로 우리를 다스리시고 우리는 그분과 더불어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읽고, 그 해설을 듣고도 여전히 세상에 속한 자들, 세상의 쾌락이 좋고, 세상의 권력이 좋고, 세상의 명예가 좋은 이들은 지금 말하는 모든 것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맙니다. 그리고 여전히 제가 갈망하는 것을 더욱 갈망할 뿐이지요.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고 영적 나병에 걸린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 치유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지요. 언제라도 청을 드리면 하느님께서는 당장에라도 그들을 다시 양떼로 받아들이실 것인데 말입니다.
여전히 세상에는 거만한 뿔들이 떠들어대고 있고, 사람들은 생명의 말씀을 듣기보다 그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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