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가톨릭 신자인데 그들의 10살짜리 아이가 세례를 받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걸까요? 무엇보다도 부모가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무려 10년 동안 자녀의 신앙에 대해서 거의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는 말이 되니까요.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10년이라는 시간은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 동안 자녀에게 밥은 해 먹이고 옷은 해 입히면서도 신앙에 관해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셈이지요. 가장 기본적인 세례조차도 주지 않았으니까요. 만일 그 기간 동안 정부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주는 혜택이 있었다면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서류를 준비해서 필요한 것을 받아 갔을 터입니다. 하지만 세례는 무심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그럼 그 아이의 구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건 오직 하느님의 손에 맡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 사목경험에 비추어 보면, 10살이라도 이미 본인의 내면에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고 나름의 선택을 해 오면서 살아온 셈입니다. 이미 그 나이에 거짓말과 도둑질에 도가 터 있는 영혼이 어두운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또 반대로 부모의 모범에 따라 기도생활로 다져진 건강한 영혼이 되어 있을 수도 있지요. 물론 후자의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이 듭니다. 경우에 따라 달린 문제이지만 세례도 받지 않은 채로 10살이나 된 아이의 내면이 천사처럼 순수하리라고 상상하는 데에는 좀 무리가 있기는 합니다.
그럼 교회는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당연히 부모가 신자로서 아이를 위해서 기도해 주어야 한다고 권고해야 합니다. 죽은 이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교회의 공식적인 전례 거행(미사)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을 방문해서 기도를 해 줄 수는 있지만(연도) 그 밖의 행위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영혼에 유익을 줄 만하다고 분별이 되면 시행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함부로 미사를 거행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평소에 가능하면 모든 아이들이 지나치게 늦기 전에 세례를 받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지도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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