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루카 17,37)
죽은 영혼들이 있는 곳에 어둠의 영들이 판을 칩니다. 반대로 거룩한 영혼들이 있는 곳에 주님의 천사들이 모여들겠지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존재합니다. 죽은 영혼들을 살리기 위해서 거룩한 영들이 모이기도 하고, 또 거룩한 영혼들을 유혹하기 위해서 어둠의 영들이 다가서기도 합니다.
그럼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인가요? 결국 알 수 없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내 상태가 어떠한지 말이지요. 다음의 질문들은 어떨까요?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나 자신의 문제에 허덕이고 있을까요? 나는 하느님에게 지극히 작은 것에 감사드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하느님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있을까요?
그에 따라 자연히 우리 주변에 모여드는 영들의 활동도 전혀 달라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하는 일에서 시련을 겪고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을 더 하도록 부추김과 유혹을 받고 있을까요? 영적인 식별이라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주제입니다. 내 주변에 다가오는 영들이 과연 선한 영인지 악한 영인지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하느님의 자녀들에게는 이 구분이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속의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감각이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신앙 자체를 무시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심지어 선과 악의 구분조차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곤 하지요. 하느님이 태초부터 만들어놓은 창조질서를 엉뚱한 것으로 뒤바꾸려고 하고, 악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지금의 시대는 과연 어떤 상태에 있을까요?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참된 신앙에 대해서 배우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러한 것들은 오직 종교에만 맡기고 심지어는 종교 생활 마저도 형식주의에 빠져 있을 뿐, 참된 가치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일이 된 것일까요? 가정은 그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산산조각이 난 형태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들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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