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양이 똥을 치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좋은 것만을 취하려 하고 책임을 지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젊은 연인 관계에서 서로 기대하는 것은 흥분을 느끼고 즐기려는 것이지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것이 아닙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워도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즐기려는 것이지 그 고양이가 싸대는 똥과 오줌을 치우려는 것이 아니지요.
하지만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좋은 면모 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해당되는 모든 것에 본분을 다한다는 말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은 서로를책임질 수 있는 나이의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이고, 자녀의 입양이든 동물의 입양이든 모두 책임을 질 마음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고양이를 맡겠노라고 했을 때에 저에게는 그 책임을 질 마음이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나의 삶에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고양이와 노는 시간만 보내는 게 아니라 똥도 치우고 박스 청소도 하고, 사료도 제때에 주고, 물도 떨어지지 않게 주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제가 본당 주임 사제가 된다는 것은 본당에서 일어나는 아름답고 행복한 일만을 맡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본당 안에서 성가시고 귀찮고 신경쓰이는 일도 성심을 다해서 맡겠다는 결심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가정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 안에서 기쁨을 누리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들 속에서도 신뢰와 사랑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부부는 이런 신중한 분별 속에서 서로에게 헌신하기로 결심하는 이들인 것이지요.
좋은 것만을 취하려는 마음은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것 안에는 좋고 나쁜 것이 함께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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