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님, 한국 들어가면 아이돌 가수들 만나나요?
어제 본당 성가대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헌데 그 중에 한 여자애가 한국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정말 많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내년을 마지막으로 선교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다고 하니 대뜸 저에게 묻는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 얘야, 잘 들어라. 가수들은 ‘이미지’를 드러내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젊은 친구들은 그 ‘이미지’를 좋아하는 거지. 하지만 삶은 실제적인 만남을 통해서 존재하는 거야. 예를 하나 들어볼께. 지금 네가 사는 곳에 네 어머니가 있고 그리고 머나먼 한국땅에 아이돌 가수들이 있어.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이미지’를 사랑하기 때문에 한국땅의 아름답고 이쁘고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보통이지. 그리고 반대로 집의 어머니가 작은 심부름을 시키면 싫다고 하면서 거절하고 거부하고 또 소소하게 일상 안에서 부딪히는 일로 엄마를 미워하곤 하는 일이 일어나. 하지만 그거 아니? 그 한국의 아이돌 가수들은 볼리비아가 어딘지도 모르고 네가 누군지도 몰라. 그리고 네가 그 가수들을 만나볼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을 것 같아? 아마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거야. 행여 그 사람들이 오지 탐험으로 이 곳에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분명히 다음과 같은 식일거야. 카메라를 하나 대동하고 나타나서는 이 곳의 가난한 현실을 두고 꾸며낸 장면을 연출하고 그 찍은 것을 들고가서 더 많은 인기를 얻어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
- 하지만 그들 중에 좋은 마음을 지닌 사람도 있을 거잖아요.
- 그래, 그럴 가능성도 있지. 하지만 그들이 그 일에 헌신하는 시초부터 그들은 사람들의 ‘인기’와 ‘평판’을 소중히 여길 수 밖에 없어. 사람들에게 관심받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노래에 열정을 쏟는 아이돌이 있을까? 아이돌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그들이 얻는 인기는 비단 네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거야. 그러는 동안 여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니?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부족함으로 고통당하고 있어. 헌데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써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려고 애를 쓰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관심을 갖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내 집에서 엄마가 수많은 집안일에 힘들어하고 내 주변에 가난한 이웃들이 가득한데 그들에 대한 나의 사랑을 외면하고 아이돌 그룹에게 관심을 돌리는 것이 정말 필요한 일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우정이라는 것은 소중한 거야. 우정은 우리가 지금 내가 머무는 자리에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우리는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해. 사랑은 실제적인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니까. 지금 너와 나는 이렇게 마주하고 앉아서 우정을 나누는 중이지. 이것이 참으로 중요한 거야. 아이돌을 향한 너의 사랑은 이해해. 왜냐면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나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래. 바로 네 주변에 네가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이들이 있으니까 말야. 알겠니?
그러는 동안 음식이 나와서 대화가 중단되었습니다. 모쪼록 그 아이가 잘 성찰해서 보다 진실한 사랑에 헌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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