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집사 이야기는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집사는 불의한데 오히려 마지막에 가서 주인은 그를 칭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는 이유는 불의한 집사의 비유에서 ‘재산 분배’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집사는 재산을 탕진하고 나아가서 주인의 재산, 즉 빚문서를 자기 마음대로 횡령, 조작하고 있다는 데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돈’이라는 주제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주인의 의도’에 있습니다. 이 비유는 주인이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주인이 바라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은 이미 부자입니다. 주인은 자신의 재산이 오고 가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집사’라는 직분을 두기도 하는 것이지요. 만일 자기 재산에 대해서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면 집사를 두지도 않고 본인이 직접 재산을 관리할 것입니다. 주인의 의도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하느님의 의도이지요. 하느님은 당신이 세상에 마련하신 요소들의 오고감에 좌우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오직 하나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십니다.
헌데 이 집사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낭비라는 것은 주인의 재산을 제 이기적인 목적으로 탕진하고 마땅히 돌아가야 할 이에게 돌아가지 못하게 하며 주인의 명성에 해를 입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 집사의 소행은 결국 주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고 주인은 그에게서 직분을 빼앗으려 합니다.
그제서야 집사는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이 그 동안 맡아오던 일이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고 자신이 관리하던 재산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고자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그 목적은 이기적이지만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은 전혀 획기적인 셈이지요.
전과는 다른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그에게 호감을 지니게 됩니다. 헌데 그가 맡은 집사의 직분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 주인이 맡긴 것이기 때문에 자연 사람들은 주인도 사랑하게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주인이 원하고 바라던 일이지요. 그래서 그 주인은 불의한 집사를 칭찬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비유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 세상 그 어느 것도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 하느님은 내가 이 세상에서 맡고 있는 것들이 올바른 곳에 쓰여 지기를 바라신다.
-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 우리가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면 사람들은 우리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교훈들이 우리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뒤따릅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는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는 불의한 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금 지닌 것들을 나 자신의 소유라고 착각하고 있으며 그것을 절대 다른 이들과 나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의 재산, 나의 경력, 나의 명성, 나의 권력, 나의 가족, 나의 단체, 심지어는 내 생명 마저도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기신 것에 불과합니다. 헌데 우리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이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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