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사에 나오라고 했어요 안했어요?”
주일 미사를 마칠 때 즈음 한 무리의 ‘폭주족’이 성당에 난입합니다. 오토바이 택시 회사가 자신의 회사 설립 경축일을 기념해서 축복을 받겠노라고 오토바이들을 다 끌고 성당에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미사가 다 끝날 무렵에 말이지요. 그래서 제가 퇴장하는데 담당자로 보이는 한 자매가 와서 축복을 부탁하길래 제가 한 말이 위의 내용이었습니다.
“미사가 가장 큰 축복이에요. 제가 그때 분명히 말씀 드렸잖아요. 미사에 나와서 축복을 받으라고 말이지요. 헌데 이제 다 끝나고 와서 뭘 어쩌겠다는 거예요? 좋습니다. 일단 기사들을 다 성전 안으로 들여 보내세요. 좀 꾸중을 해야겠네요.”
영대를 벗고 제의를 벗고 다시 성전으로 나왔습니다. 사람들을 쓱 둘러보고는 강론을 시작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축복을 받으러 오셨나요? 헌데 미사가 다 지나갔는데 어쩌지요? 이는 마치 여러분들이 어느 축제에 뒤늦게 가서 먼저 사람들이 모든 맛있는 걸 다 먹고 남은 음식을 먹겠다고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메인 메뉴는 다 나가고 없고 남은 건 음식 쓰레기들 뿐인 셈이지요. 만일 이것이 축제였다면 여러분은 아마 절대로 그렇게 하시지 않았을겁니다.
축복은 축복의 행위가 중요한 것이기보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은 비처럼 모든 이에게 내립니다. 헌데 우리가 구멍난 그릇을 가지고 있다면 받아들일 수가 없겠지요. 마찬가지로 마음에 구멍이 나 있으면 하느님이 아무리 축복을 부어도 남아있지 못하게 됩니다. 죄는 바로 우리 마음에 구멍을 내는 것이지요.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인사불성이 되고, 거짓말을 하고, 아내를 두고 다른 여인을 탐내고 하는 모든 활동은 우리의 마음에 구멍을 내고 하느님의 은총이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축복을 받기 전에 마음을 다잡는 일이 보다 중요합니다. “
그렇게 한참을 설명을 하고 밖으로 나가서 각자의 오토바이 옆에 기다리라고 한 뒤에 일일이 물을 뿌리며 축복을 해 주었습니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지만, 참으로 쉽지 않은 것은 바로 ‘마음을 돌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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