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사기꾼입니다. 대상을 물색하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순진한 B씨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 내었지요.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일까요?
A씨는 재물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영리한 사람이고 돈을 번 사람이지요. 세상은 이를 두고 ‘이득’이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의 내면은 악의와 거짓으로 무너져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선’에 떳떳하게 다가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의 사기행각은 시간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게 될 것입니다. 한번 쉽게 버는 돈의 맛을 알아버린 사람은 그 유혹에서 멀어지기 힘든 법입니다. 그는 그렇게 끊임없이 사람들을 속이면서 살아가게 될 것이고 훗날 최종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잃고 하느님 앞에 서야 할 것입니다. 과연 그래도 그가 이득을 본 것일까요?
반면 B씨는 어떠할까요? 그것은 B씨의 상황에 달렸습니다. B씨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가치대로 A씨를 용서하고 살아간다면 그 일은 이미 B씨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없고 B씨는 자신이 살던 대로 세상 일에 큰 상관 없이 성실하게 살아갈 것입니다. 큰 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에 부족함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생을 마감하고 하느님 앞에 서게 되겠지요. 그리고 하느님은 B가 실천한 용서와 성실과 맑은 마음에 합당한 상급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B씨가 자신이 당한 일을 잊지 못하고 잃어버린 재물에 대한 집착으로 A에 대한 증오를 품고 살아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B씨 안에는 원한과 증오가 형성될 것이고 매일같이 그 독을 되씹으면서 살아야 하겠지요. 그리고 그 생각으로 인해서 다른 일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B는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꾸리게 되고 결국 하느님 앞에 서서도 내세울 게 하나도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일 A씨가 하느님께 돌아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의 이전의 과오를 뉘우치고 남은 생을 죄를 갚기 위한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비록 방탕한 생활로 인해서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해를 끼친 B에게 고스란히 모든 것을 돌려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은 생을 하느님을 위해서 헌신하고 다른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의 회개를 받아들여 그에게 영원의 삶을 선물합니다.
만일 B가 증오를 품고 살아가고 A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친다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A는 자신의 뉘우침으로 인해서 하늘 나라에 들어가게 되고, 반대로 B는 자신의 원한으로 합당한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은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악인들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히고, 선인들도 나날이 발전해 나가지요. 하지만 지금 선인이라고 해서 그가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반대로 지금 악인이라고 해서 선을 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것은 ‘가능성’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가능한 셈이지요. 마지막 결정은 주님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뿐입니다. 우리는 서로 심판하지 말아야 하고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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