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가장 근본에 일종의 방향성이 존재하고 그것은 결국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드러나게 됩니다. 그 방향성은 정도가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선과 사랑과 정의, 즉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악과 증오와 불의, 즉 세상과 자신을 향한 방향입니다.
전자는 별로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대로 숨김없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지 알기 때문에 미련이나 후회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매일 매일 한걸음씩 정진할 뿐입니다. 부족함이 있어 때로 쓰러지기는 하지만 하느님은 그런 실수와 오류들을 통해서 그 마저도 메꾸어 주십니다.
여기서 혼동을 유발하는 소지가 되는 것은 바로 후자의 사람들, 즉 악과 증오와 불의를 사랑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얼마든지 자신의 페이스를 바꾸어 드러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교묘하게 숨어 지내면서 마치 자신들이 선과 사랑과 정의를 사랑하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인 것으로 스스로를 꾸밀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얼마 가지 못합니다.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자신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속일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맺는 열매입니다. 거짓된 삶을 살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열매는 부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썩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가 열릴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썩은 열매를 감추는 데에 급급합니다.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는 좋은 일 외에는 내어 놓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보란듯이 내어놓은 것들 마저도 훗날 다시 가서 보면 아무런 열매도 없이 폐허만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기쁨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그들 안에 언제나 불화의 씨앗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기적이라서 상대의 기쁨을 자신의 기쁨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웃의 기쁨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언제나 비아냥대고 조소하고 비난하고 중상하고 모략합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선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보아 주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싸우려고 하고 형제들 간에 비밀을 퍼뜨리고 이간질을 조장하면서도 자신은 착한 사람으로 드러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조용히 성찰하는 가운데 우리 자신들과 이웃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평화를 파괴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무심코 그런 일을 하곤 합니다. 자신 안에 가장 깊이 숨어 있는 근본 의도를 아예 분별조차 하지 않고 자기 자신은 선한 사람이라는 최면을 걸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침묵 가운데 우리의 본질을 살펴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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