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나가는데 본당 근처에서 한 자매를 만났습니다. 어딜 가느냐고 물으니 시내에 나간다고 해서 태워 주겠노라고 했지요.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자매는 새로 온 신부님 안부를 물었고 지금 코차밤바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 그 친구가 저랑 자리바꿈 하려고 온 친구에요.
- 신부님, 왜 벌써 가세요?
- 기간이 다 되었으니까요. 사실 기간이 벌써 끝난 걸 3년 더 연장한 거에요.
- 그래도 이 동네에는 복음화가 필요해요.
- 그럼요. 알아요. 그리고 다른 곳에도 모두 필요하지요. 하지만 여기는 충분히 씨앗을 뿌려 두었다고 생각해요. 남은 것은 그걸 각자가 키우는 거지요.
- 맞아요. 씨앗은 많이 뿌려졌지요. 바람이 휩쓸고 가지 않는 이상은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거에요.
잠시 침묵을 지키던 자매가 문득 저에게 물어봅니다.
- 한국은 아름다운가요?
- 음… 만일 문명화라던가 개선된 환경에 대해서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밖의 다른 것들은 꼭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어요. 반면 볼리비아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연과 소박한 사람들이 있지요. 예를 들어서 지금 이 길을 보세요. 포장된 길이 아름다운 걸까요? 글쎄요. 저는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곳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저에게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그래서 무엇에 중점을 두고 아름다우냐고 묻는가에 달린 것 같아요.
그리고 이어 그 자매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 지금 세들어 사는 집 주인이 엉망이에요. 늘 밤마다 술에 취하고 집 앞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카드로 도박을 하고, 또 맨날 여러 여자들하고 바람을 피우고 싸우고 문제가 많아요. 하지만 하느님께서 뜻이 있으시니까 저를 그런 곳에 살게 하신 것 같아요. 5월이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데 그때는 떠나야지요.
- 네, 분명 뜻이 있으니까 그런 곳에 머물고 계실 거에요.
- 사실 성당에 가라고 권유를 많이 했어요. 그 부인에게도 그랬구요. 아들이 13살인데 ‘다 죽여 버린다’고 상스런 말을 공공연히 외치고 다녀요. 그래서 견진반에 넣으라고 하고 부인더러 매일 미사에 가자고 해도 죽어라고 말을 듣지 않아요.
- 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빛이 곧 성가심이기 때문이지요. 그들에게 성당 가자는 말만큼 싫고 성가신 일이 없을 거에요. 그런 이들에게 그런 방식의 복음 선포는 바람직하지 않아요. 그들의 삶이 어둠이라서 빛이 바로 다가오면 그들은 괴로워하지요. 그러니 그들이 원하는 걸 줄 수 있어야 해요. 누구든지 관심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그 관심과 사랑을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먼저는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도록 하세요.
- 네 그러고 있어요. 음식이 있으면 나누기도 하고 좋은 얼굴로 다가가서 대화도 나누고 하지요. 하지만 좋은 충고는 절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 네. 자매님 잘 들으세요. 자매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는 마세요.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 즉 그들에게 온화하고 따스하게 대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것을 그들에게 쏟아부을 필요는 없어요. 자매님의 보물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에게 주어져야 해요.
- 네, 성경 어디엔가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마라라고 되어 있지요.
- 맞아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지요. 복음서 안에 있어요.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짖밟고 돌아서서 우리를 물어 뜯으려 할 거니까요.
그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매님이 내릴 때가 되어서 내려 드렸습니다.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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