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역할은 참으로 묵직한 것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보다 높은 뜻, 즉 하느님의 뜻 앞에서 자신의 뜻을 포기하면 그는 아버지로서 충실한 사람이 됩니다. 바로 성요셉에게서 그 모범을 찾아볼 수 있지요.
성요셉은 결정해야 했습니다. 아니, 사실 벌써부터 결심을 했지요. 자신의 사랑하는 약혼녀를 결국 버리기로 마음 먹은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의로운’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결심을 세운 그의 앞에 하느님의 뜻이 다가옵니다. 그것은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 하라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요셉은 그분의 뜻 앞에 자신의 뜻을 내려놓고 순명합니다.
가정 안에서 충돌이 생기는 이유는 저마다 자신의 뜻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래 가정이라는 것은 하나의 공동체, 즉 하나의 몸이고, 몸의 지체들은 하나의 머리에 순명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머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가 바로 ‘가장’, 즉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그 아버지는 보다 높은 머리, 즉 하느님에게 순명해야 하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이를 잊어버리면 그 가정은 갈수록 해체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를 지니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가 하느님에게 순명하지 않으면, 즉 다른 표현으로 진리와 선과 사랑에 따르지 않으면 그 가정은 물질적 부유함 속에서도 서서히 무너져 나가게 됩니다.
이는 비단 한 가정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이 됩니다. 장상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 말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공동체 전체가 사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체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머리가 올바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결국 온 몸을 망치게 됩니다. 머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면 행여 위험이 다가오더라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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