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신은 힘겨운 노동을 하거나 힘에 부치는 물건을 들 때 힘들어합니다. 인간의 정신도 힘에 겨운 감정을 겪거나 무리하게 공부를 하거나 하면 지치고 힘들어 하지요. 인간의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혼은 ‘악의’를 만나면 힘들게 됩니다.
선의에 반대되는 악의는 ‘악한 의도’를 말합니다. 하느님에게서 반대되는 방향, 하느님에게서 벗어나려는 방향을 말하지요. 그러나 이 의도는 아주 교묘하게 숨겨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선한 척 행동을 해도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겉으로는 매정해 보여도 속은 온전히 하느님과 하나되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성경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겉으로는 거룩한 척을 했지만 속에는 악의가 가득했고, 세례자 요한과 같은 사람은 겉으로는 매서워 보였지만 속은 너무나도 선한 사람이었습니다.
영혼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여러 의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선의를 만나면 기뻐하게 되고, 악의를 만나면 힘들게 됩니다. 물론 영혼에 관계된 일을 할 때에 말이지요. 그렇지 않고 얼마든지 외적인 활동에만 치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방 안에 틀어박혀 기도에 전념하는 봉쇄 수녀원의 수녀님들이 어쩌면 활동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 더한 영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니네베를 회개하게 하는 데에는 요나 예언자 한 명으로 충분했습니다. 그러나 요나 예언자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지요.
악에 사로잡힌 이는 사실 영적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외적으로 아무리 좋은 것을 누린다고 해도 그의 영혼은 괴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외적인 허망함을 찾아 나서는 것이지요. 값비싼 술을 마신다고 해서 영혼이 안식을 얻지는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아도 불안한 영혼을 감싸주지는 못하지요.
이제 성주간이 시작됩니다. 거룩함이 세상의 악과 마주하는 한판 승부가 됩니다. 모든 신자들은 성당에 모여 거룩함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 사목자들이 있지요. 기도가 필요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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