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가장 안전하고 올바른 수단입니다. 하느님의 모든 공동체는 저마다 장상을 가지고 있고 그 장상은 공동체를 위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은 그 장상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 장상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을 명하지 않는 이상은 그 장상에게 순명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머리가 오른쪽으로 가자고 명을 내리는데 오른쪽 다리는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더 좋다고 하고, 왼쪽 다리는 왼쪽으로 가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하고, 오른팔은 물건을 먼저 집어들어야 하겠다고 하고, 왼팔은 돌을 던지고 싶다고 한다면 정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연출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동체는 하나의 뜻으로 모여야 하고 기꺼이 순명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몸 전체가 같은 목적으로 같은 일을 향해 나아가고 하나의 일을 끝내고 그리고 다음 일을 신경쓸 수 있게 됩니다.
장상이라는 위치는 모든 것을 두루 살피는 위치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일을 먼저하게 되어 있지요. 설령 장상이 좀 둔해서 일의 우선 순위를 조금 오해한다 하더라도 결국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지체들, 즉 구성원들은 장상을 믿고 따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처음의 전제는 언제나 유효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이상은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공동체들은 이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저마다의 뜻대로 움직이려고 하고 그래서 공동체가 와해되는 것이지요. 다들 똑똑하다는 사람이 모인 공동체의 분열은 더욱 극심합니다. 모두가 머리가 되려고 하니 아무도 일할 사람이 없고 결국 몸 전체가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순명이야말로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순명 가운데 하느님의 성령도 활동하시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저 홀로 잘난 재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순명으로 전체의 몸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희망이 없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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