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부가 찾아와서 혼배에 관한 면담을 했습니다.
“이 본당은 견진 교리가 짧나요?”
“신앙은 예식이 아니라 삶입니다. 여기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가톨릭이고 유아 세례를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신앙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례를 받은 이가 술을 진탕 마시고, 마약을 하고, 아내를 폭행한다면 그의 세례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겠지요. 오히려 그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첫영성체 교리와 견진 교리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9여년이 지난 후에 첫영성체 교리를 받으러 오지요. 하지만 사실 그들의 준비는 이미 가정에서 끝났습니다. 부모로부터 수많은 모범을 보아왔고 그대로 살아갈 뿐인 셈이지요. 교회에서 배우는 것은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자기 엄마가 매일같이 거짓말을 하는데 아무리 ‘정직’에 대해서 가르친다고 한들 그 아이가 일순간에 정직해질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교육 기간을 2년으로 늘려 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지요. 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견진을 받고 나면 신앙이 성숙하는 게 아니라 신앙을 끝마치게 됩니다. 그럼 어른이 되어서 혼배성사를 준비하면서 나머지 성사들을 후딱 해치우려는 경우는 어떨까요?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본당 신부로서 제가 보살피는 신자들의 신앙을 추스립니다. 그래서 그에 합당한 준비를 시키려고 하지요. 문제는 예식을 받고 안 받고, 증명서를 얻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신앙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혼인의 예식을 통해서 두 부부가 신앙 안에서 성숙하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수많은 부부들이 짧은 준비를 통해서 혼인에 이르고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하려고 합니다. 합당한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지요.
이 본당의 성인 견진 교리는 짧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합당한 준비를 시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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