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사람들이 저에게 자기들이 아는 이들을 데려옵니다. 마치 제가 심리 상담가라도 되는 듯이 말이지요. 문제가 있는 경우를 데리고 와서 절더러 좀 좋은 말을 해줘서 도와 달라는 거지요. 하지만 솔직히 저라고 무슨 메뉴얼이나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힘들다는 사람을 내칠 수 없어 일단 데리고 와서 그가 하는 말을 그냥 열심히 듣습니다.
어떤 아저씨는 일을 열심히 하는데 버는 족족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고 합니다. 딸은 딸대로 문제가 있어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최근에는 또 임신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더러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 달라고 하더군요.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사실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입에서는 이미 말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먼저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땅에 떨어뜨렸지요. 그리고는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결과가 있고 원인이 있습니다. 제가 이 동전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땅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전체의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일 어느 누군가가 동전이 갑자기 나타나 땅에 떨어지는 것만을 본다면, 즉 최종 결과가 갑자기 다가오는 것만을 본다면 왜 이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의 형제님의 심정이지요. 형제님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 자신에게 닥쳐오는 일들의 결과만을 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힘이 드는 겁니다. 하지만 그 일들은 이미 어떤 원인에 의해서 준비되어 온 것이지요. 형제님은 그것을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일단 흥분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형제님은 지금 마구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에 상당히 흥분해 있는 상태거든요.”
이렇게 시작된 충고는 그 아저씨가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의 가능한 시작을 짚어주면서 이어져 갔습니다. 대화를 마칠 즈음 아저씨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미사에 나오겠습니다. 그리고 제 딸을 데리고 와서 이야기를 좀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십시오. 무엇보다도 일단 미사에 나오세요. 그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통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언을 구하지요. 사실 내적으로 준비된 사제만큼 훌륭한 조언자는 없습니다. 이런 저런 영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실 그 사제가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제를 통해서 일하는 하느님의 성령께서 일하시는 것이지요. 사제들은 사람들이 와서 조언을 청할 때에 두려움을 내려놓고 그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성령께서 내려주시는 것을 올바로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사제가 하는 일이 아니지요.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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